왜 어떤 사람은 코로나로 죽고,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을까

Research
2020년 Science에 발표된 연구는 중증 COVID-19 환자의 10% 이상에서 자신의 면역 무기를 스스로 파괴하는 자가항체를 발견했다. 인터페론이라는 단백질, 그리고 그것을 무력화하는 항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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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May 2026

2020년 초, 전 세계가 COVID-19 앞에서 한 가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똑같이 SARS-CoV-2에 노출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가.

누군가는 감염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나갔다. 누군가는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나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사투를 벌였다. 나이, 기저질환으로 일부는 설명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2020년 9월, Science에 발표된 한 논문이 그 퍼즐의 중요한 조각 하나를 내놓았다.


인터페론: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몸이 가장 먼저 꺼내드는 무기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하면, 세포는 즉각 경보를 울린다. 그 경보 신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터페론(interferon)이다.

인터페론은 주변 세포들에게 “바이러스가 왔다, 방어 태세를 갖춰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백질이다. 이 신호를 받은 세포들은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유전자들을 일제히 켜고, 면역세포들이 달려올 시간을 번다.

인터페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특히 중요한 것이 1형 인터페론(type I IFN)이다. IFN-α와 IFN-ω가 여기에 속한다.

중증 COVID-19 환자들을 연구한 여러 팀이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이 있었다. 이 환자들의 혈액에서 1형 인터페론 수치가 극히 낮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는데, 몸이 제대로 된 초기 방어를 못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왜 인터페론이 작동하지 않은 걸까?


자가항체: 자신의 무기를 스스로 파괴하다

Paul Bastard를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여기서 놀라운 가설을 세웠다.

혹시 이 환자들의 몸이 스스로 인터페론을 공격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항체는 원래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나 세균을 표적으로 삼는 무기다. 그런데 드물게, 항체가 자신의 몸에 있는 단백질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자가항체(autoantibody)라고 한다. 자가항체는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핵심 기전이다.

연구팀은 중증 COVID-19로 입원한 환자 987명, 경증·무증상 감염자 663명, 건강한 대조군 1,227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중증 환자의 10.2%, 101명에서 IFN-α 및/또는 IFN-ω를 무력화하는 중화 자가항체가 발견됐다.

경증 감염자에서는 단 한 명도 검출되지 않았다. 건강한 대조군에서는 0.33%(4명)에서만 발견됐다.

이 자가항체들은 단순히 인터페론에 붙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검증했을 때, IFN-α의 13개 아형 전부를 중화했다. 인터페론이 세포에 신호를 보내는 것 자체를 차단했고, SARS-CoV-2 감염을 막는 인터페론의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했다.


가장 놀라운 발견: 감염 전부터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이 자가항체는 COVID-19 때문에 생긴 건가, 아니면 원래 있었던 건가?

연구팀은 감염 전에 채혈된 일부 환자의 샘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혈액에서도 자가항체가 검출됐다.

즉, 이 자가항체는 SARS-CoV-2 감염과 무관하게 이미 몸에 존재하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와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잠복해 있다가 코로나가 왔을 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살았을 것이다. 인터페론이 중화되어도,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그 결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SARS-CoV-2처럼 초기 인터페론 반응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그 결함이 생사를 가르는 취약점이 됐다.


왜 남성에게 더 많이 나타났을까

자가항체 보유자 101명 중 95명, 즉 94%가 남성이었다.

이 성별 편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X 염색체 연관 유전적 소인을 가능성 있는 설명으로 제시했다. 여성은 X 염색체가 2개이기 때문에 한쪽에 결함이 있어도 다른 쪽이 보완할 수 있다. 남성은 X 염색체가 하나뿐이어서, 면역 관용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을 경우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후속 연구에서 FOXP3, IKBKG 같은 X 염색체 상의 면역 관련 유전자 변이가 이 자가항체 형성과 연관된다는 증거들이 보고됐다.


이 발견이 의미하는 것

이 연구는 중증 COVID-19의 한 원인을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이 아니라, 감염 이전부터 존재하던 면역계의 결함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첫째, 스크리닝의 가능성이다. 자가항체 보유자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면, 이들에게 예방적 치료나 우선 접종을 제공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둘째, 치료 방향이다. 자가항체를 줄이는 혈장교환술, 자가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를 제거하는 치료, 또는 IFN-α 대신 자가항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IFN-β를 투여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더 넓은 질문이다. 코로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플루엔자,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유사한 자가항체가 일부 환자에서 발견됐다. 인터페론을 겨냥한 자가항체는 생각보다 흔하게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면역유전학이 묻는 질문

이 연구가 나를 사로잡는 이유는 단순히 흥미롭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 연구는 “왜 어떤 사람은 같은 바이러스에 죽고 어떤 사람은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에, 유전적 배경과 면역계의 상호작용이라는 렌즈로 접근했다. 그리고 그 답이 감염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 개인의 유전자와 면역계가 만들어낸 특정 취약성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것이 내가 면역유전학을 공부하는 이유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개인의 유전적 차이가 이미 면역계의 운명을 어느 정도 결정해놓고 있다. 그 지도를 이해하고, 그 지도 위의 취약한 지점들을 찾아내는 것. 그게 정밀 의학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Bastard P, et al. Autoantibodies against type I IFNs in patients with life-threatening COVID-19. Science. 2020;370(6515):eabd4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