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착 4주차 — 랩 생활 시작, 이상준 쇼

Living in US
정착 4주차. 대학원 로테이션이 시작된 첫 주. 바쁜 와중에 이상준 쇼 다녀오기.
Published

30 Aug 2026

정착 4주차. 랩 생활 시작과 동시에 매우 바쁜 한주를 보냈다. 다음주에는 당장 첫 시험을 앞두고 있었고, 그 와중에 이상준 쇼를 보러 다녀온 미친 일정의 한 주였다.

Day 1 — 8월 24일 (월) · 대학원 로테이션 시작

첫 대학원 로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일정은 대략 이렇다.

8:30-10:00 AM 동안 Core curriculum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난 이후에는 연구실로 이동하여 랩 생활을 진행한다.

그 와중에 다음주 월요일인 8/31(월)에 첫번째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어쨌든 수업이 끝나고, 처음으로 연구실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JL Casanova 그룹 내에서 두 번의 로테이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나의 두번째 로테이션 PI인 Shen-Ying Zhang이 직접 안내해주겠다고 해서 함께 이동했다.

나의 첫번째 로테이션 기간인 8/24-10/12에는 Ahmad Yatim과 anti-integrin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어쨌든 T cell biology에서 tissue homing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Flow cytometry나 MACS 등 친숙한 면역학 실험 기법을 사용하여 분석한다고 하니 조금 더 편하게 느껴졌다.

유일하게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첫 날부터 Flow cytometry를 바로 찍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쨌든 얼려둔 사람 샘플을 사용하여 antibody staining부터 gating strategy까지 정리하여 내일 있을 실험 조건을 optimize 할 수 있었다.

Day 2 — 8월 25일 (화) · 정신 없는 로테이션

집에서 나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같은 건물에 위치한 실험실로 이동하니 하루 일과가 극단적으로 단순해졌다. 그 와중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를 돌아다니는 생명체를 발견한 기록.

또 다시 정신없이 실험을 했다.(구경했다가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UTSW로 부터 건강한 사람의 혈액을 제공받아, 이를 Ficoll을 이용하여 density-gradient centrifuge하여 PBMC 세포를 분리한다. 우리가 할 실험은 이 PBMC를 적절한 antibody staining을 통해 원하는 phenotype의 세포를 얻어내고, 각각의 세포에 대한 유전체 및 단백질체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프로젝트라 자세한 내용은 기술할 수 없지만, 예를 들어 피자 한판을 사람 혈액 전체에 대응한다면 우리는 피자 위의 페퍼로니와, 피망과, 양파 조각만을 얻어 각각의 특성을 한 층 심화해서 분석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무튼 실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뒹굴거리던 중 조카 생각이 났다. 내가 영어로 고생하고 있다는 걸 녀석은 모르겠지. 요즘 포켓몬에 빠져서 엄청 찾아보던데, 이 묵직한 두께의 영어로 된 포켓몬 책을 선물해줘야겠다.

Day 3 — 8월 26일 (수) · 성공적인 Sorting

월요일에 세팅해 둔 Gating strategy, 즉 피자에서 어떻게 페퍼로니와 양파와 피망을 잘 발라낼지에 대한 전략을 설계해 둔 덕분에, 이 녀석들을 잘 골라낼 수 있었다.

Aurora라고 하는 Sorter를 사용하여 진행했는데, 해당 기기는 40개 이상의 multi-channel을 감지할 수 있었고, (피자를 구성하는 40개의 다양한 재료들이 가진 개별적 특성에 기반하여 다 분리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피자 전문가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포들을 분류해내기 위해서 우리는 17개의 color를 이용하여 세포를 염색했다. (17개의 재료만으로 피자를 대충 만들었다는 뜻이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복잡한 Gating strategy일수록 더 수득률이 낮은데, 이번의 경우에는 Sorting 효율이 8-90%에 육박할만큼 많은 수의 세포를 얻을 수 있었다.

Day 4 - 8월 27일 (목) · 이상준 쇼!

같이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친구 중 한명이, 이모부가 서부에 계시는데 커피 관련 사업을 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커피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고, 나는 당연히 커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결과 어마무시한 양의 카누를 받았다.. H-mart에서 30개입에 20불 하는 것을 사놓고 아껴먹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한 친구이다. 한동안 커피 걱정은 없을 것 같다.

각설하고, 오늘은 드디어 이상준 쇼를 보러가는 날이다. 공연은 Charles W.Eisemann Center라는 굉장히 고급진 공연장에서 진행되었는데, 자리가 생각보다 가까워서 꽤 즐겁게 관람했다. 처음 이상준이 등장할 때 텍사스의 카우보이 모자를 선물받았다며 쓰고 왔는데, 아무도 안쓰고 있다고 해서 너무 웃겼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다만 쇼 중간에 비슷한 맥락으로 트레이더 조 가방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공연장에 아무도 안들고 왔냐고 또 역정을 내던 대목에서 갑자기 우리 바로 왼쪽에 있던 친구가 본인의 트레이더 조 가방을 들어보이며 큰 소리로 “여기 있어요!”라고 했다. 순식간에 카메라맨이 바로 옆자리를 포착해, 잠깐이나마 방송을 탔던 순간이었다.

담담하게 본인이 홀어머니 아래에서 지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의 인생 이면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물론 본인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냈을 수 있다.) 어떤 사회적인 인식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해내고 지금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전국 투어를 하는 그의 나이 45세에 마음속으로 손뼉을 보냈다.

다만 저녁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탓에, 집에 들어가기 전 쌀국수 한 그릇 싹싹김치.

Day 5 - 8월 28 (금) · 시험 준비하랴 랩 생활 하랴

오늘은 랩에 새로운 postdoc candidate이 와서 함께 강의를 듣고, 식사도 같이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분은 10시 반에 45분 가량 본인의 연구에 대한 lecture를 주고, 그 이후 점심을 함께 했다. 그리고 나서 30분-1시간마다 소규모의 그룹으로 랩 내 모든 구성원과 간단히 챗을 나누고, 마지막 저녁 일정으로 랩 헤드와 포닥 몇명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그러고 나서는 랩 내 구성원들에게 메일이 왔다. 그 분이 우리 랩과 잘 맞다고 생각하는지, 우리 랩에 들여도 될지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요구하는 설문이었다.

그 메일을 받고 생각이 많아졌다. 물론 그 분과 직접 대화를 나눠본 것은 아니라 설문에는 적당히 괜찮다고 하고 넘어갔지만, 내가 로테이션이 끝나는 순간 똑같은 설문이 뿌려질거라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불안을 잘 견뎌내고 좋은 모습들을 비춰야겠지.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지.

이 불안을 종식할 칸쿤행 비행기를 발권해주고 잠에 들었다.

Day 6 - 8월 29 (토) · 새로운 취미 : 세차?!

오늘은 시험 이틀전이다. 무료하던 일상도, 시험 직전이 되면 뭐든 재밌어진다.

세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으로 세차를 하던 날, 내가 왜 이 더운 날씨에 차를 닦고 있어야하는지 짜증이 치밀었다. 오늘은 두번째였고, (9.99불에 한달 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왠지 모르게 세차를 하고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보기 싫은 얼룩과 떼들이 깨끗하게 씻겨져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희열감이 느껴졌다. 또, 지금 지내고 있는 아파트가 야외주차장밖에 없어서 차가 금방 먼지로 뒤덮이는데, 이를 깨끗하게 관리해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즐거웠다.

역시 마음은 마음먹기에 달리나보다.

Day 7 - 8월 30 (일) · 미국 스타벅스 카공

오늘은 시험 전날. 한국에서는 시험이 있을 때마다 항상 카페에서 공부하곤 했었는데, 미국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문화가 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집 앞 스타벅스에 항상 사람들이 노트북을 펴놓고 일을 하곤 하던 모습을 기억해두고 있었기에, 가서 카공을 도전해보려고 했다.

혼자서 이제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도는 뚝딱 만들어 마시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아니면 마시지 못하는 새로운 음료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호박-마차라떼를 주문했고, 아무런 배경 없이 오직 새로 나왔다는 정보 하나만 보고 주문했는데 꽤 괜찮았다.

그리고 나서는, 오픈북 시험임을 감안해 열심히 정리본을 만들었다. 채찍피티에게 열심히 채찍질을 하여 꽤나 근사한 요약정리본을 만들 수 있었다. 옛날에는 이를 만들기 위해 한땀한땀 입력하고 정리하고 탈고하는 매우 힘들고 험난한 과정을 거쳤는데, 이제는 강의자료를 넣고 “해줘.” 한 마디면 모든게 정리된다.

인류의 미래 모습은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미국에 온지 4주차, 어느덧 한달이 되었다. 이제야 미국에 왔다는 것이 조금씩 실감이 났다. 지난 주 까지는 수업 맛보기 정도 였다면, 이번주는 랩 생활도 더해져 정말 말 그대로 미친듯이 바쁜 한주였다. 다만 이렇게 세세하게 적응할 수 있는 Damper 기간?을 둬서 그나마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 리듬을 잘 유지해서 더 잘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 그리고 중요한 변화가 있다. 항상 오후 1-2시만 되면, 과도한 영어 정보 입력으로 인해 뇌가 과부하되어 미친듯이 졸렸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일대일 대화가 아니라면 전혀 대화에 끼지 못했는데, 랩 사람들과 지내다보니 이제 나 포함 세명인 경우에는 어느 정도 대화에 참여가 가능해졌다. 물론 그 마저도 리액션 위주에 아주 짧은 말을 몇 마디 보태는 정도이지만, 장족의 발전이다.

연구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빨리 영어에 적응하고, 이 환경에 익숙해져야겠다. 이상의 한 달 후기였고, 다음주 목표는 나의 루틴에 일정하게 운동을 추가하는 것이다. 다음주에는 얼마나 운동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기록해봐야겠다.